입력 : 2012-07-12 16:02:19
요즘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너나 할 것 없이 HD(1280 x 720)급 이상의 해상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PPI(Pixel Per Inch를 줄인말로 화면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단위) 는 기본으로 300 이상을 구성하고 있어, 무척 선명한 화면을 제공해 준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장본인은 바로 애플의 아이폰4다. 기존보다 4배나 많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처음으로 300PPI 이상을 스마트폰에 적용해 깨끗한 화면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젠 업계의 표준이 되었다.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이후 아이패드에도 적용되었으며, 마침내 노트북 제품인 맥북프로로 그 범위를 넓히게 된다. 지난 6월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콘 모스콘웨이에서 열린 WWDC 행사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얹은 맥북 프로를 공개한 것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맥북 프로는 과연 어떤 제품일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애플코리아를 방문했다.
높은 해상도 그 이상을 담았다
맥북프로 레티나의 외형은 기존 맥북 제품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ODD(광학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고 제공하는 단자가 다소 다르며, 두께가 많이 얇아진 점을 빼곤 별다른 점은 없다. 오히려 겉모습보다는 내부 구조에 공을 들였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정돈된 모습이다. PC 내부를 이렇게 정돈해 놓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런 모든 것이 성능을 염두에 두고 하나하나 디자인했다고 애플은 설명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18mm라는 얇은 두께 안에 모든 부품을 담아낼 수 있었으며, 7시간 쓸 수 있는 배터리 사용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 세심하게 디자인한 내부 모습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램(RAM)은 메인 보드에 부착된 방식이고, SSD는 표준 규격이 아니다. 데스크톱 PC와 다르게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노트북은 사용자가 직접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부분이 기껏해야 램과 저장 창치인데, 맥북 프로 레티나는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셈이다. 램은 구매 시 한번 결정해 버리면 더 큰 용량으로 바꿀 수 없으며, SSD는 탈부착 방식이지만 부품을 따로 구매할 수 없기에 사용자가 직접 할 수 없다.
덮개를 올리니 15.4형의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해상도는 기존보다 4배 넓어진 2,880 x 1,800으로 약 5백만 픽셀을 이루고 있다. 27형의 아이맥 해상도인 2,560 x 1,440보다 더 큰 해상도로 PPI는 220이다. 스마트폰의 300PPI 이상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노트북인 만큼 거리를 고려한다면 고화질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화면을 먼저 살펴보기 전에 키보드 좌측 편에 내장된 마이크가 주의를 끌었다. 처음으로 아이폰과 동일한 듀얼 마이크를 적용해 노트북 주변의 소음은 줄이고 목소리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음성 인식 기능을 맥북에도 도입할 수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는데, 차기 운영체제인 마운틴 라이온에는 받아쓰기 기능이 적용된다. 추후엔 시리의 적용도 조심스레 기대해 볼 수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비교를 하기 위해 옆에 동일한 화면 크기의 일반 맥북 프로를 나란히 놓았다. 화면 밝기는 최대로 올린 상태인데, 색감에서 확연한 차이기 난다. 레티나쪽 색이 더 또렷해 보인다. 알고 보니 색대비율은 29% 올렸고, 반사율은 75% 가량 낮췄다. 반사율은 맥북의 큰 불편함이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한 느낌이다.
▲ 왼쪽 맥북프로 레티나, 오른쪽 일반 맥북프로, 사진으로는 화면의 차이를 담기 어려웠다
위에서 15.4형의 화면 크기에 해상도가 2,880 x 1,800이라고 이야기했다. 언뜻 생각하면 해상도가 높기에, 글씨나 애플리케이션 등의 크기 또한 작게 보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대형 모니터가 아니기에 이런 점은 불편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애플은 이런 부분을 고려해, 일반 맥북 프로와 동일한 크기로 화면에 띄워 준다. 즉 레티나 화면에서 기존과 동일한 크기로 아이콘을 화면에 띄우기 위해서는 4배로 커져야 하지만, 이를 운영체제에서 대신해 주고 있다. 레티나 화면에 대응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라도 사용에 큰 불편함은 없는 셈이다.
물론 레티나 화면의 높은 해상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에 맞춰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새롭게 해야 하지만, 제작사의 대응이 빠르지 않은 점을 감안해 운영체제 단에서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레티나 화면에 대응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은 글이 깨져 보이는 등 그에 따른 문제점은 드러나게 된다.
화면의 선명도는 역시 레티나였다. 아이폰4S에 눈이 익숙해져 종종 노트북을 쓰면서 선명하지 못함을 느끼곤 하는데, 맥북프로 레티나는 종이에 활자를 인쇄한 듯한 깨끗함을 보여준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매일 PC 앞에서 타이핑을 하기 마련인데, 선명하게 찍히는 활자를 보고 있자니 절로 탐이 난다.
▲ 아이콘과 글자가 무척 선명했다
맥북프로 레티나는 3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를 채택했으며, SSD는 256GB에서 최대 768GB로 구성할 수 있다. 그래픽은 케플러 기반의 엔비디어 지포스 GT650M을 얹었으며, USB 3.0 2개, 썬더볼트 2개, HDMI, SD카드 슬롯이 지원된다.
현재 애플이 직접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인 아이포토, 애퍼처, 파이널 컷 프로 등은 레티나 화면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 파이널 컷 프로를 실행해봤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프리뷰 화면이 풀HD인 1080p라는 점이다. 더는 프리뷰가 프리뷰가 아닌 셈이다. 맥북프로 레티나를 사용하면 풀HD 동영상도 원본으로 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멀티캠을 불러와 동시 재생도 무리 없다. 손실을 최소화한 자체 압축 코덱을 쓰면 9개, 무압축은 최대 4개까지 동시에 재생할 수 있다.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임에도 매끄럽게 돌아간다. 재생되는 동영상에 마우스를 가져가 클릭하니 컷 편집이 된다. 앞으론 외부에서 촬영 후 스튜디오로 들어와 편집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바로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 두께가 18mm로 얇아졌다, 인텔은 14형 미만의 울트라북 두께를 18m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맥북프로 레티나를 직접 체험해보니 단순히 해상도만 높인 제품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의 선명함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화면에 뿌려줌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영역의 폭이 커진 것이다.
다만 289만 원부터 시작되는 제품 가격은 일반인이 접하기엔 쉽지 않다. 레티나의 선명함을 모든 제품에서 누릴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목록
위로